“북, 비핵화 협상 국면서 한국 배제하는 것은 큰 오판”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07-1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북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미북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해 관련국 간의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판문점 회동 이후 남북관계는 어떻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6월 30일 남북미 정상들의 판문점 회동 이후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 특히 대미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선전매체 어디에도 미국을 적극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게재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3일 북한 노동신문은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자력갱생 교양을 더욱 심화시키자’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는데요. 이 사설은 자력, 자강을 통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을 강조하면서도 판문점 미북 정상 간의 회동 전 항상 해왔던 ‘제국주의의 악랄한 제재와 봉쇄’ 같은 대미 비난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인민들에게 자력갱생을 설득하는 사설임에도 불구하고 “난관 앞에 주저 앉아 남을 쳐다보거나 제재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곧 투항이고 변절”이라는 일반적인 단어와 문장을 사용했습니다. 대남 선전선동과 관련해서도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달 초 ‘통일신보’ 등 일부 대남 선전매체들을 통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계승한 자주통일 선언’ 등의 글을 게재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고 남북공동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해 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한국을 향해 “오지랖이 넓다”고 직접 비난하는가 하면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서는 “한국은 나서지 말고 제일이나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유화적 태도는 미북 정상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미북협상의 동력이 되살아 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에 미북협상의 판을 먼저 깨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재 물밑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에 이제는 뒤로 빠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당분간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무턱대고 한국을 배제하려는 경우 미북협상 자체도 꼬일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협력,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등과 관련해 북한은 현재 어떤 입장입니까?

고영환: 북한은 현재 한국 정부가 제안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협력,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등과 관련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4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이 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소극적 입장’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 윗선에서 특별한 반응이 없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대표 접촉을 통해 북측에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타진해 온 것으로 보이나 남북 연락대표들은 통상적으로 상부의 지침을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에만 그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지난 5월 31일 제안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방지 협력 제의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안했던 내용들과 관련해 특별한 의견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용과 관련해 남측 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도 개성 현지 근무를 앞으로 월 1회 가량으로 줄일 계획을 하고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나 접촉에는 적극적이지만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와 관계 없이 남북관계 개선이 미북관계 진전을 촉진하는 선순환적 관계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입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현재 남북관계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의 소강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셈인데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는 합의한 반면 한국과의 관계 진전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는 적극적이고 한국과의 대화에는 소극적인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한국을 “오지랖이 넓다”고 비판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 한국 대통령의 부단하고 성의 있는 노력에 의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1년이 조금 남짓한 짧은 기간에 정상회담과 회동 등 세 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런 회담들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마쳤으니 이제는 빠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북한 외교의 오랜 숙원 중 하나가 미북 직접회담이였던 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불가능했을 미북 정상 간 직접회담이 성사돼 미북이 서로 잘 만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봤을 때 한국은 이제 이른바 ‘불청객’이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가 미북협상의 자리를 마련해 줬고 한국도 북한 비핵화의 당사국인데 한국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도리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목용재: 북한은 지난 11일 판문점 회동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대남비난을 재개했습니다. 이 의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11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를 도입한 것이 남북 군사합의에 위배되는 무력 증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 당국이 미북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면 일보 전진했다가 백악관에서 차단봉을 내리면 이보 후퇴하는 외세 의존의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남북관계 전망은 기대할 것이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F-35 도입에 대해서도 “주변 나라들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보장하며 특히 한반도 유사시 북침의 ‘대문’을 열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미북 판문점 회동 이후 자제해 왔던 대남 비난을 재개한 것은 한국의 최신 군사무기 도입과 개발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목용재: 하노이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간의 협력사업, 관계 진전 등이 모두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제언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고 그래서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위협이 한미 공동의 관심사이고 한미는 동맹관계라는 겁니다. 저는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그 무엇을 결정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한국을 배제시켜 그 무엇을 얻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북핵 문제에서 중재자, 촉진자의 틀에서 벗어나 북핵 문제의 당사자라는 틀로 비핵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준비 중인 비핵화 협상 초기에는 미북이 직접 협상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 단계에서는 한국이 회담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목용재: 그동안 한국 정부는 세 차례에 걸친 미북 정상 간 만남을 중재하고 촉진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도 북한과의 협상, 접촉 등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 진전에 노력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을텐데요. 남북 간 해야 할 논의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 다시 적극 나서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