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혜택 없는 승진과 부패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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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7년 12월 21일 북한 조선노동당의 과학연구사업에서 공로를 세운 과학자, 기술자, 교원 등 3대혁명 소조원들에 대한 국가표창식 열리는 모습.
사진은 2017년 12월 21일 북한 조선노동당의 과학연구사업에서 공로를 세운 과학자, 기술자, 교원 등 3대혁명 소조원들에 대한 국가표창식 열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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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군사무기 개발에 공을 세운 군수 과학자 103명을 무더기로 승진시켰다고 합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이들의 군사 칭호 등급을 한 단계 올렸다고 전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데 한꺼번에 승진시킨 것은 전례 없다고 합니다. 강 대표께서는 이런 집단 승진 인사를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대표: 지금 김정은이 할 수 있는 것은 명예와 말 칭찬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책을 올려주는 것에 대한 배급과 월급이 올라가고 나중에 연금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므로 김정은으로서는 최대한 생색내기를 할 수 있는 수단이고 그것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뼈 빠지게 고생한 과학자들이 김정은과 사진 찍고 직책이 올라가는 것은 승진이 안 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실제 생활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런 승진에 따른 잠깐 동안의 명예 정도로만 볼 수 있습니다.

전: 승진을 하면 당연히 급수가 올라간 지위에 걸맞게 수입도 많아지고 혜택도 느는 것 아닙니까?

강: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승진을 하더라도 체계적인 연금 보장이나 장기적인 혜택이 부여되는 건 아닙니다. 이미 그런 건 북한에서 사라진 지 오랩니다. 하지만 간부직으로 승진하면 비리와 부정부패 방식으로 사실상 막대한 재물을 긁어 모아 실제로는 연금과 같은 효과가 생겨나기 때문에 좋은 보직에 올라가는 것이 혜택이 될 수는 있습니다. 북한군이나 관료집단 전체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큰 이유는 바로 공무원들의 노후보장제도가 완전히 붕괴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관료들이 퇴직하고 나면 곧바로 빈민층으로 전락해 비참해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요즘 승진이라는 것은 한자리 할 때 재산을 끌어 모아 한밑천 만들어 노후를 보내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래서 표면상으로는 승진 자체로는 국가적 혜택은 없어도 개별적인 노력에 따라서, 그러니까 비리 행위로, 연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막대한 뇌물을 받아 큰 부자가 되는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간부들이 승진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는
그 자리를 이용한 돈벌이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공무원이든 군인이든 또는 개인 기업체에서 일했던 직장인들도 퇴직을 하면 노후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퇴직 후에 수입이 없어 생활하기 어렵게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인데요, 북한에는 왜 그런 것이 없습니까?

강. 북한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4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북한의 노후, 연금 보장 체계는 완전히 붕괴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북한 돈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국기훈장 제1급을 받으면 급여 1500원과 일일 백미 800g을 받을 수 있는 노후보장 연금이 나오게 됩니다. 이 정도면 현직에서 물러나도 얼마든지 먹고 생활할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1500원이라는 돈은 하루 식량 가격도 안 됩니다. 훈장에 대한 포상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전. 그러니까 북한돈 가치가 급락해서 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그걸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셈이네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의 포상체계는 계획경제 틀 속에서 국가가 판매하는 국가가격에 의한 상품을 기준으로 구매력을 산정해 지급하는 것인데 국정 가격에 의한 상품이 부족한데다 화폐 가치가 무너지면 사실상 북한에서는 노후보장이라는 것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공무원들이 평생 월급 받고 훈장을 받고 승진해도 그것은 노후보장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국정 가격’(국가가 정한 가격)으로 국영상점에서 생활필수품들을 살 수 있었던 시절에는 북한의 돈의 가치가 살아있었지만, 공급체계가 붕괴하고 화폐 가치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북한의 모든 노후보장 체계는 사실상 없어진 것입니다. 그것은 북한당국이 수여한 모든 훈장, 메달의 가치가 휴지조각에 가까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과거 고난의 행군 이전처럼 승진이 노후보장에 이르는 실제적인 효과가 사라진 지금은 승진이라는 명예 꼬리표이거나 승진을 이용한 비리로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103명이 집단 승진하면서 중장, 소장 급들도 여러 명 나왔는데 과거에는 장군만 되면 노후가 보장되었었지만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순식간에 ‘개털’ 신세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 그러니까 승급 승진이란 건 당사자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셈이군요. 그렇다면 아예 선물 같은 현물 상품을 받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네요.

강. 그렇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당국으로서도 실제 승진자들에게 한 번 주는 선물, 예를 들면 TV나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들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급수가 낮은 간부들은 담배나 술로 때우기도 합니다. 북한 경제난으로 대다수 간부의 먹고 사는 실제 상황을 보장하지 못하고 포상에 따른 성과보수도 사라진 북한에서 이런 승진은 명예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금 공로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명예밖에는 없습니다. 그 명예는 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므로 대규모로 생색내기를 할 수 있습니다. 명예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것은 너무 썰렁하니까 선물을 주기도 하는 것이고요.

전. 하지만 승진과 훈장으로 승급되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리를 이용해 뇌물 받고 돈 모아 노후생활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강. 맞습니다. 승진과 훈장이 사실상 개인의 소득이나 부와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최근에 인민군 총정치국 숙청 사건을 보면 매관매직으로 장군은 10만 달러, 그 이하 고위 군관은 만 달러 등 엄청난 뇌물이 오간 사례들이 적발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훈장과 직위는 현직에서 최대한 치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직일 때 노후준비를 못 하면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요즘 간부들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인민군 소장 이상으로 승진하면 그 자체가 막대한 뇌물을 받는 자리가 되고 직접 외화벌이 등을 주도해 투자한 만큼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총정치국 간부들 집에서 수백만 달러씩 쏟아져 나온 것은 간부 개인들의 과도한 사리사욕이 드러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실 이들의 노후보장이 안 되는 체제 자체가 붕괴된 데서 나온 결과입니다.

전. 하지만 승진 했다 해도 직책에 따라 돈이 되고 안되고 하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아무리 높은 벼슬 자리여도 돈이 생기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물론 웬만한 고위직 자리는 기본적인 뇌물이 생기지만 핵심 요직이란 돈이 많이 생기는 자리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간부 사업을 총괄하는 인민군 총정치국이나 사람들을 감시하는 보위성 간부들, 외화벌이 사장직은 실제로 막대한 돈을 만지고 또 뒷거래가 이뤄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소위 ‘꿀 보직’을 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는 암투가 치열합니다.  결국 지도부에서는 수령과 당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인민들을 격려하고 선전하는 차원에서 등급 올리기 등으로 승진 잔치를 벌일지라도 그것이 실제 공로자들에게 경제적 혜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승진 그 자체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북한 간부들의 뇌물 고이기, 뒷거래, 비리가 관행으로 굳혀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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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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