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다음 행보 긴급설문] 미 전문가들 “저강도 도발 이어질 듯”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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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5'가 실린 이동발사차량을 시찰하는 모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5'가 실린 이동발사차량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강조하며 더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중단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낮은 수준의 도발로 긴장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한계선)은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들 전문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실시한 북한의 다음 행보에 관한 긴급설문에서 북한이 여전히 협상에 여지를 두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도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최근 이란군 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것도 북한이 섣불리 판을 깰만한 중대 도발에 나설 수 없는 배경이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면적인 미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에는 전문가 모두 고개를 저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설문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미 전문가 12명 “북, 중대 도발 자제할 것“

새해 들어서도 미북 간 교착국면이 장기화하고 북한이 미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행정부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간의 긴장이 점차 고조되겠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이나 핵실험 등 높은 수위의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지난 15일~17일) 미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미북 간 견해차와 최근 발생한 이란 사태, 앞으로 있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미북 관계가 어떠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지를 물었습니다.

1. 서로 격한 언쟁을 주고받겠지만, 아무런 행동도 일어나지 않을 것
2. 북한이 낮은 수위의 도발을 감행하면서 점차 긴장을 높여갈 것
3.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 등 높은 수위의 도발에 나설 것
4. 전면적인 미북 대화에 나설 것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토머스 컨트리맨 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대행,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 등 설문에 응한 12명은 전원 만장일치로 2번, ‘북한이 낮은 수위의 도발로 긴장을 높여나갈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곧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나 핵실험 등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한계선은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 미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12명의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답변을 통해 “북한이 긴장은 높이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대응까지는 유발하지 않는 상황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방위국장도 “올해는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발사로만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당분간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신중한 노선을 유지하면서 높은 수위의 도발은 빨라야 올해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으며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압박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며 낮은 수위의 도발 감행 가능성을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북, 미 대선국면에 협상 여지 남겨 둬


미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높은 수위의 도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과 협상 의지를 꼽았습니다.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지켜보면서 대화 여지를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북한이 여전히 미국과 협상을 바라기 때문에 큰 도발을 주저할 수 있다”며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대한 도발을 감행하면 내년에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미 행정부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고, 킹 전 특사도 대통령 선거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북한이 더 신중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겠지만, 대북제재의 완화 등 유리한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서라도 레드라인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카일 페리어 한미경제연구소(KEI) 정책국장도 “이미 유엔에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중국, 러시아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낮은 수준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또 카지아니스 국장은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는지 봐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높은 수위의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솔레이마니 이란 사령관 사망도 무시 못 해

설문에 응한 미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군 사령관이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것도 북한이 도발 수위를 낮추는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세웠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한 이후 더 신중해질 필요가 생겼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북한 지도자들은 작년에 미국이 말로만 압박하고, 사실상 군사력을 사용할 마음이 없다고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너무 잘 나타났습니다. 이란에서 반미 활동을 지지했던 장군이 미군 공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피살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애초 장거리 미사일 등 고도의 압박을 계획했어도 이 같은 새로운 위협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란코프 교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국내 정치, 미∙중 관계 등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까지는 미북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밖에도 헨리 페논 미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과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높은 수준의 도발에 신중할 것으로 보는 배경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을 언급했습니다.


미국 입장 안 변하면… 결국, 레드라인 넘을 것

하지만 미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대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 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내놨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이어간다면 시간에 쫓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끝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적∙외교적 성과가 없는 가운데 북한 내부적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관심을 한 번에 끌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페논 선임연구원은 “북한 노동당 전원 회의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비추어볼 때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주요 무기 시험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고,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작은 도발로는 미국의 행동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과 같은 중대 도발의 가능성도 작지 않다”며 “만약 그렇다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하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의 완화나 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올해 하반기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설문에 응한 미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미북 대화의 가능성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미국 국내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제재의 완화를 비롯한 양보의 여지가 없는 데다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북한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설문에 응한 모든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였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제가 보니 몇 개월 동안 미북 관계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겁니다. 적어도 5~6월까지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미지수가 몇 개 있는데, 미국 탄핵 문제도 그렇고, 미국 국내 정치와 대통령 선거, 미∙중 관계 등 여러 가지 미지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말까지 어떻게 될지, 특히 여름에는 어떻게 될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주용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최근(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미국이 비핵화 연말 시한을 무시했기 때문에 북한도 더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북한의 압박이 점차 고조하는 분위기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설문에 응한 전직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1.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2.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군축협회 이사장, 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 대행]
3.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방위국장]
4.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
5.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6. 데이비스 맥스웰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
7.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
8.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9.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10. 마크 베리 [국제세계평화학술지 편집장]
11. 카일 페리어 [한미경제연구소 정책국장]
12. 헨리 페논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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