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제재완화 결의안에 북 주민 기대”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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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들이 경제특구로 가는 중국쪽 출입구에서 황금평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경제특구로 가는 중국쪽 출입구에서 황금평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대북제재의 영향이 평양 부유층뿐 아니라 일반 북한 주민에게도 미치면서 ‘제재 피로감’이 북한 내부에서 점차 확산하면서 지난해 말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 제출한 제재 완화 결의안이 북한 내부에서 ‘헛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미국이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압박 수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숨통 트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북제재의 장기화에 대비한 ‘정면돌파’를 선언한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는 실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15일),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평양 부유층과 권력층에 이어 지방 도시의 일반 주민도 경제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대북제재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북한 주민 사이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달 유엔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관한 소식을 듣고 기대감을 내비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이시마루 대표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여러 명의 북한 내부협조자에게 질문했는데요. 지난해 12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그 정보가 북한 내부에 널리 알려지면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편에 서서 미국과 다른 안보리 국가에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제재가 금방 풀릴 것’이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의 안보리에 결의안을 제출한 것 외에 다른 움직임은 없는데, 이런 분위기가 북한 내부에서 확산 중이죠.

하지만 유엔 제재는 물론 미국의 단독 제재도 완화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북한은 제재를 우회한 외화벌이 수단을 모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재로 대부분 수출길이 막히고, 해외에 체류한 북한 노동자들까지 송환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주력할 외화벌이 수단으로서 ‘관광’, ‘사이버 해킹’, ‘밀수’ 등을 꼽습니다.

이중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온 힘을 쏟은 삼지연 관광특구 건설을 비롯해 마식령스키장, 양덕 온천 등을 개장하고, 중국, 유럽의 여행사들과 협력해 다양한 관광 상품을 출시하며 부족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해 6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그동안 막혔던 돈줄이 다소 풀리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중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차원에서 도와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작년 여름 이후 관광을 확대하지 않았습니까. 관광이 활발해진 결과 평양에서는 2018년에 비해 개선의 여지가 보입니다. 평양 사람들도 그렇게 전해왔어요. 2019년 후반이 더 나아졌다고 말이죠. 평양 주민에 대한 배급도 다시 시작됐답니다. 작년 8월 이후 혜산시에 사는 협조자도 전해왔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김정은 정권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겠지만, 앞으로 이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서 관광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도 최근(지난해 12월) 자유아시아방송에 평양-개성 고속도로 휴게소에 중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대형버스가 항상 10대 이상 주차해 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북한의 외화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해주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중 간 경제교류를 활성화하고 북한을 사실상 지원한다는 합의를 실행해가고 있는 데서 오는 현상입니다. 그런 합의 안에서 시진핑 주석은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북한을 지원한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관광은 제재 위반이 아니니까 이것을 활성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연간 100만 명 정도.

미, 대화 여지 남겨놓고 제재 조율할 듯

대북제재를 유지∙강화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당장 북한 관광을 제재할 방법은 없습니다.

단, 미국인의 북한 관광을 불허하는 것 외에 미 재무부는 북한 관광 시설에 들어가는 장비∙물건 등을 주시하면서 대북제재의 위반 여부를 평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는 지난 14일,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을 불법적으로 지원한 혐의로 북한의 ‘남강 무역회사’와 중국 북경에 있는 ‘베이징 숙박소’ 등 2곳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보여줌은 물론 앞으로 제재가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미국 내 많은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서도 미국이 여전히 대화의 여지는 남겨놓으면서 제재 수위를 조율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대북제재를 연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미국 민주주의 수호재단(FDD)’의 매튜 하 연구원은 최근(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제재는 ‘대북 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북한과 대화는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매튜 하] 미국이 계속 제재는 하겠지만, 대화를 재개할 기회를 찾고 있기 때문에, 즉, 압박을 계속하면 북한이 아예 (협상을) 포기하고 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시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어서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제(14일) 제재 조치는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무역회사 하나와 중국에 있는 숙박시설이었어요. 물론,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파급력이 적기 때문에 미국이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도 포기 안 한다는 메시지인 것 같아요.

또 앞으로 ‘해외 북한 노동자’, ‘사이버 해킹’, ‘불법 환적’ 등 사안에 따라 기존 미국의 방침대로 제재를 이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화 재개를 위한 수위 조절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매튜 하] 앞으로 계속 노동자를 위한 제재가 가능할 수 있고요. 이전에는 사이버 해킹 그룹에 대해 제재를 했으니까 꾸준히 사안마다 제재를 다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한동안 제재에 대한 흐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가 압박과 대화를 같이 해야 하니까 너무 제재 수위를 올리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제 평가입니다.

민주주의 수호재단에 따르면 유엔의 대북제재는 충분히 강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미국의 단독 제재는 아직도 여력이 많습니다. 많은 외국 기업과 무역회사, 관계자 등이 제재 명단에 올랐지만, 아직 은행에 대해서는 제재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음 제재 대상으로 중국 내 은행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수호재단은 은행에 대한 제재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을 고려해 첫 단계로 제재를 위반한 은행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해당 은행의 고위 핵심 관계자에 대한 제재를 이행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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