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일, 합의 잘 이행될까?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4-06-1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이 지난달 말, 일본과 납치문제 재조사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톡홀름 합의’를 이뤄냈으나 합의 이행에 관한 부정적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회담에서 납치 피해자와 납치의혹을 받고 있는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모든 일본인에 대한 포괄적 전면 조사를 실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 대신 일본은 북-일간 인적왕래 규제, 송금제한 규제, 북한국적 선박의 일본 입항금지 조치 등을 해제하고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이같은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핵문제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북한과 역사왜곡 문제로 고립돼 있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현재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유엔 등 국제제재를 받고 있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후견인 역할을 해온 중국과도 핵문제로 인해 소원해지고 있는데다 곧 있을 시진핑 주석의 남한 방문은 남한과 중국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편 일본의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정권의 공약사항으로 제기한 만큼 납치자 문제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중국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남한간의 관계진전은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 일 양국이 통큰 거래(빅딜)를 성사시키기는 했지만 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합니다.

북한은 북한 내 일본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교정상화로 가고 그 과정에서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관한 배상으로 대규모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앞으로 납치문제 협의과정에서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2002년,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의 방북 때처럼 납북자와 행방불명자 등을 몇 명 찾아놓고 아베 총리에게 ‘선물’로 주려할 것입니다. 이때가 합의이행에 첫 걸림돌이 될 소지가 많습니다. 일본은 자국민 17명을 공식적인 납치 피해자로 규정하고 2002년 귀환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13명만 납치한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또 이 중 납치피해자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를 비롯한 8명은 이미 사망했으며 일본이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17명 중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도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마당에 일본이 실종자로 주장하는 860명에 달하는 사람들까지 조사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양측의 해결과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랍 인원에 관한 입장차를 쌍방이 좁히지 못하고, 방북한 아베 총리가 갖고 돌아올 보따리의 내용이 일본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협상은 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핵문제와 관련, 남한,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가세해 북한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대북경제지원을 할 경우, 북핵공조에 균열이 나타남으로써, 일본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바라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결국 남한과 중국에 외면당한 북한과 일본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지만 납치문제라는 첫 관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형국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